상담을 하다 보면 조기 종결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흔합니다.
초기상담에서는 내담자의 호소문제와 현재 기능 수준을 바탕으로, 몇 회기·어느 정도 기간의 상담이 필요할지 정기상담 계획을 안내합니다.
이 계획에는 심리적 안녕감을 회복하고, 변화를 위한 행동을 실천하며, 새로운 패턴을 안정화하는 데 필요한 작업량을 상담자가 이론적 배경과 임상 경험을 근거로 추정한 내용이 포함됩니다.
처음 상담을 시작할 때 내담자분들은 대개 “너무 힘들어서” 오기 때문에 도움을 적극적으로 요청하고, 변화를 위해 다르게 살아보겠다는 결심을 하며, 상담 목표와 개입 방향을 함께 합의합니다.
그런데 상담을 몇 번 하다 보면 감정이 편안해지고 마음이 정리되면서 “이제 혼자 해보고 싶다”라는 마음이 들어 이를 표현하기도 하시지요. 특히 20~30대 내담자분들에게 이런 흐름은 흔합니다.
이 시기는 자율성, 개별화, 자기효능감을 획득하며 정체감을 형성해 가는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많이 힘든 순간에는 “내가 나를 통제하지 못한다”라는 느낌이 들기 쉽습니다.
그때 상담자로부터 정서적 지지와 안정감을 얻고 나면, 다시 “내가 스스로 해볼게요”로 돌아가고 싶은 건강한 마음이 자연스럽게 작동합니다.
상담자로서 저는 이런 표현이 내담자의 자율성과 효능감이 회복되고 있다는 신호로 느껴져 반갑게 받아들입니다.
또한 호소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더라도, 감정이 안정되고 생각이 유연해지며 행동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면, 내담자가 스스로 삶을 운용할 수 있을 만큼 회복의 기반을 되찾고 있다고 평가합니다.
다만 전문가로서 함께 고려해야 할 점도 있습니다.
감정이 좋아졌다는 것은 중요한 회복 신호이지만, 습관과 행동 패턴의 변화는 아직 시작 단계인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정서적 지지로 안정감을 얻어 잠시 편해졌더라도, 다시 스트레스 상황에 놓이면 과부하가 재발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경우입니다.
- 반복되는 관계 갈등/이별/직장 갈등 패턴이 있는 경우
- 회피/미루기/중독 등 자동행동이 핵심 유지요인인 경우
- 불안·우울은 가라앉았지만 생활기능(수면, 식사, 대인관계, 일)의 변화가 아직 없는 경우
- 자기비난/완벽주의가 강해 인지·정서 작업을 일부 진행한 뒤 편해졌지만, 아직 다루지 못한 핵심 사고가 많이 남아 있는 경우
그럼에도 저는 상담자로서 내담자의 이른 종료 선택을 존중합니다.
상담자가 세운 사례개념화는 상담자의 시각일 뿐, 내담자는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존재하고 살아갈 자유가 있습니다.
위기 상황이 아니고 보호요인이 충분하다면, 어디서부터 시작하든 혹은 잠시 멈추든 그 또한 내담자가 선택할 수 있고 안전할 수 있습니다.
다만 상담이 갑자기 끊겨 단절로 남기보다, 계획된 마무리가 되기를 바랍니다.
제가 말하는 좋은 종료란, 상담을 그만두는 순간이 회복의 완성이 아니라 회복을 스스로 운용할 수 있도록 정리하고 이양하는 과정임을 이해한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종료입니다.
종결 회기에서는 다음을 함께 다루면 도움이 됩니다.
1. 변화 확인하기: 상담에서 도움이 되었던 부분과 달라진 점(감정/행동/관계)을 정리하기
2. 재발 신호 설정하기: 예) 수면이 무너지거나 관계를 피하는 신호가 나타나면 돌봄이 필요함을 알아차리기
3. 흔들릴 때의 대처 전략 마련하기: 인지 전략 + 행동 전략으로 준비하기
– 인지 전략: 나를 격려하고 현실을 점검할 수 있는 도움 문장 1줄
– 행동 전략: 10분 산책, 믿을 만한 1명에게 연락, 따뜻한 물로 샤워/목욕 등
4. 도움 요청 기준 세우기: 그린/옐로/레드 신호처럼 “언제 혼자 버티고, 언제 도움을 받을지” 기준 만들기
5. 관계를 안전하게 닫기: 종료 선택을 존중하고, 종결이 단절이 아니며 필요하면 언제든 다시 올 수 있음을 확인하기
종결 이후에도 내담자의 필요에 따라 다음과 같은 방식이 가능합니다.
– 종결 회기: 지금의 변화 정리 + 앞으로 흔들릴 때 대처 계획 만들기
– 체크인 상담(월 1회/격월 1회): 혼자 해보는 기간을 점검하고 조정하기
– 부스터 상담(필요시 1~2회): 다시 힘들어질 때만 짧게 도움받기
상담은 한 번 시작하면 계속 끌려다니듯 다녀야 하는 곳이 아닙니다.
필요할 때 삶을 재정렬하는 안전한 공간입니다.
상담을 마무리하는 방식 역시 내담자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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