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는 레벨업이다

지난날 실수가 떠올라 눈을 질끈 감는다. 젠장. 이불킥을 하게 되는 에피소드들을 어찌 그리 차곡차곡 모아 왔나. 과거의 나를 한 대 때려 주고 싶다. 잊고 싶은 순간이다. 아, 모두의 기억에서 잊혔으면. 진심으로 타임머신이 있다면 돌아가서 덮어쓰고 싶다.

어떤 후회는 실수한 즉시 하기도 한다. 그럼 다행이다. 곧바로 수정하거나 사과할 수 있다. 하지만 어떤 후회는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하게 된다. 하… 나 자신이 진짜 싫다. 그날의 나를 편집하고 보정하고 싶다. 그때의 나는 왜 내가 지금 아는 걸 알지 못했나. 왜 하필 지금 알아 버렸나. 평생 몰랐다면 수치를 느끼지 않아도 될까. 그건 아니다. 지금이라도 알아서 다행이다.

후회가 생겼다는 건 내 눈이 깊어졌다는 뜻이다. 그때는 보이지 않았던 것이 지금은 선명하게 보인다. 당시에 내가 사용할 수 있는 카드 몇 개를 가지고 최선을 다했지만, 결과가 아름답지 않아 나는 후회한다. 하지만 나중에서야 습득하게 되는 스킬이 있다. 레벨 1에서는 사용할 수 없는 고급 스킬. 후회해도 과거는 달라지지 않는다. 어쩌면 지난날을 오래 후회하는 것은 과거를 바꿀 수 없기 때문이 아니라, 앞으로의 나에게 필요한 스킬을 갖추기 위한 과정이 아닐까. 당시 최선을 다한 나를 너무 탓하지 않기로 한다. 애쓴 거니까. 쪼렙의 하급 아이템으로 던전을 통과한, 최선을 다한 움직임이었기 때문에.

남은 날들엔 이불킥을 덜 하고자 오늘 연필을 깎는다. 혹시 새로운 실수를 짓고 새로운 잘못을 쌓게 된다면, 빠르게 인정하고 사과하기로 한다. 순간 체면은 좀 상해도, 나이 든 나는 분명 품위 있는 할머니가 되어 있을 것이다. 명랑한 할머니가 내게 윙크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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